정성을 다해 효로 섬길 부모도
마음을 다해 사랑할 남편도
희생으로 키울 아이도 없어서

이제 남은 건 내 삶 하나뿐이라
미련 없던 내 삶을 사랑하기로 했다

나그네 같은 이 삶에도
마음 붙일 하나는 필요한 것 같아서

오늘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날이었다.
계획은 평소와 같이 일찍 눈을 떠 투표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꿈꿨으나 현실은 오전 겨우겨우 눈을 떠 뒹굴뒹굴 책과 예능 짤을 보다 더 늦어지기 전 투표 장소를 향했다.

오후 4시. 기대했던 것보다 대기자가 없었던, 심플하고도 복잡했던 투표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. 천천히 걸어오다 항상 차창 밖으로만 보던 동네 서점을 들렀다.

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본 서점은 서점 이름을 보고 유추했던 곳과는 사뭇 많이 달랐다. 참고서로 가득찬 이곳도 서점이라고 해야할까. 참고서도 책의 한 종류이니 서점은 서점이려나.

입구 앞에서 돌아갈까 고민하다 그래도 혹시나 보이지 않는 서점의 어느 한 곳은 내가 기대했던 서점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용기(?)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.

조악하게나 전시(?)되어있는 비참고서들.
서점 공간의 10% 정도나 될까. 네 걸음 정도 걸으면 다 훑어볼 수 있는 책들 사이 그래도 우연히 만나볼 그 어떤 책을 찾아 훑고 또 훑었다.

조심스럽게 추측해보건데 선별의 어떤 기준도 취향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을 보니 이 책들의 선정 기준은 그저 유통사의 순위겠거니.

그렇게 꽂혀진 책들을 보며 궁금해졌다. 해야 일년도 안되어 보이는 이 서점은 왜 시작된걸까. 도대체 난 이 서점을 무엇으로 기억해야 할까.
생계도 애정도 찾기 힘든 서점을 보니 어느 서점을 가도 가져본 적 없는 그 근본적이고 실례되는 궁금증이 스멀 올라온다.

무엇을 찾느냐는 서점 주인은 그 말끝에 혹시나 투표 대기 중에 읽을까하여 들고 갔던 내 책에 시선이 꽂힌다.
그러면서 붙는 추가적인 질문 하나.
독서토론 등을 하면 참여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.
본인은 능력이 안되니 작가협회의 지원을 받아 해볼 생각이라는 말에 생계의 다급함이 묻어난다.

아..

그는 왜 서점이었을까

 

성인이 되어 내 앞길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바라는 이상이 생긴 그 순간부터 내가 원하는 건 아주 심플하다.

어스름한 해질 무렵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
시간, 관계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
내가 좋아하는 일을 사부작사부작 하는 것

내가 좋아하는 그 공간에
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두고
열심히 달려온 어느 날,
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모여
도란도란 그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

내가 하고 싶은 어떠한 일들이
내 사는 평생에 끝임없이 샘솟아
설레는 그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것

그런 날들이 이어지는
어떠한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

그렇게 삶을 살다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
난 내 삶을 참 사랑했구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

요근래 읽기 시작한 시집,
시인 이은규의 다정한 호칭.

서점에서 수없이 마주쳤는데 그 때마다 고민하다
이렇게까지 눈에 띈다면 이 건 읽어야하지 않을까 싶어 데리고 왔다.

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진짜 시집이다.
수없이 고민했던, 책을 집었다 놓기를 반복했던 그 순간들이 스쳐간다.

아, 내가 진짜 시인을 만났구나.

 

-
묵묵히 버텨온 일상이
생각지 못한 이슈로 깨지는 순간
당연하다 생각했던 일상의 무게가 사실
버거움의 연속이었다는 걸 알게 될 때

당신의 울컥거림은 아마 그런게 아니었을까

또 그 때가 지나면 알게되는 사실 하난
이것의 반복이 삶의 연속이라는 것

SNS를 운영한다.
매일 올린다기 보다 가끔 아니 2-3일에 한번씩은 올렸던 것 같다. 상업적 계정이 아니니 되도록이면 팔로워들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사실 자주 올리려 하지 않는다.

그러다 어느 시점에는 하루에 1개씩 간혹가다 2개씩 올리는 시점들이 있는데 그 땐 하루에도 몇개씩 올리고 싶어 안달이 난다.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땐 내 속에 할말들이 쌓였는 데 할 수 없는 말일 때 ‘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’라는 심정으로 엉뚱한 이야기들을 내뺃는 것 같다.

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~~~
마음이 갑갑하다.


​​​사전에 잡힌 일정이 있어 올라가는 날,
딱 그날에 박준 시인의 시콘서트가 있다는 소식 입수.

시인의 취향은 ‘후회’라고 했던가..

어색함에 팬이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
사인 받을 때 사진 한 장 찍자고도 못하고
가지고 있는 책 3권 다 들고가지 못하고
내려오는 지금 난 이 모든 것을 후회 하고 있는 중 😭

그 와중에도 박준 시인은 물론
달언니와 말랑씨의 공연와
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
그리고 그 나무들이 수놓았던 하늘이
오늘 행사와 너무나도 어울렸던 저녁이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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